Tuesday, May 6th, 2025

비극과 예술이 교차하는 서부극, ‘러스트’

2021년 10월, 서부극 영화 ‘러스트(Rust)’의 촬영 현장에서 촬영감독 할리나 허친스가 배우이자 공동 제작자인 알렉 볼드윈이 쏜 소품용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총에는 실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탄환이 발사돼 허친스는 목숨을 잃고 감독 조엘 소우자가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전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고, 촬영은 2년간 중단됐다.

이후 허친스의 남편 매튜의 동의 하에 제작은 재개됐으며, 그는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고와 관련된 민·형사 소송이 이어졌으나, 볼드윈은 기소되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총을 건넨 조감독은 안전 수칙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했고, 무기 담당자는 과실치사 혐의로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볼드윈에 대한 기소는 경찰과 검찰이 그의 변호에 유리한 증거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렇듯 ‘러스트’는 그저 그런 서부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예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 생명을 앗아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긴다.

할리나 허친스의 촬영은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요소다. 광각 구도로 담긴 실루엣, 렌즈 플레어, 담배 연기, 거친 풍경 등은 웨스턴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존 포드의 장엄한 자연 풍광, 샘 페킨파의 진흙탕 거리, 로버트 알트먼의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연기 자욱한 실내, ‘수색자’의 상징적 라스트신까지, 영화사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호흡한다. ‘러스트’는 분명 그녀의 눈을 통해 빚어진 비주얼 작품이다.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일부 대사는 전형적인 싸구려 서부극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몰입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영화의 정체성이다. 독립 영화 특유의 거칠고 현실적인 톤과, 감정의 절정을 보여주는 할리우드식 독백이 공존하며 균형을 잃는다. 리볼버 한 방에 인물이 터미네이터에게 맞은 듯 날아가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다. 이 작품이 아무리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더라도, 한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삼을 순 없었을 것이다. 예술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존재해선 안 된다.

영화는 12살 소년 루카스 홀리스터(패트릭 스콧 맥더못)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혼자서 농장을 지키며 시작된다. 어느 날, 괴롭힘을 당하던 동생을 대신해 이웃 농부의 아들을 실수로 쏘게 되고, 루카스는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그의 외할아버지이자 악명 높은 무법자 할란 러스트(알렉 볼드윈)가 그를 구하러 감옥을 탈출하면서 두 사람은 멕시코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세대를 넘는 유대와 구원을 그린 도로 무비로 전개된다.

이 주된 이야기 외에도 두 개의 서브 플롯이 있다. 하나는 보안관 우드 헬름(조쉬 홉킨스)의 이야기다. 그는 아들의 불치병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방황하던 중, 러스트가 손자를 구출하며 두 명의 부하를 죽이자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홉킨스는 시대극에 어울리는 외모와 차분한 카리스마로 몰입도를 높이며, 주인공으로도 손색없는 연기를 펼친다.

또 다른 축은 현상금 1,000달러를 노리는 자객 중 가장 위협적인 인물 ‘프리처’다. 그는 영화 ‘사냥꾼의 밤’ 속 악역 해리 파웰을 연상케 하는 인물로, 검은 복장을 하고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위선적인 종교 연극을 펼친다. ‘바이킹스’,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로 알려진 트래비스 핌멜이 연기하며, 그가 보여주는 복합적 연기는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