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3th, 2025

실사판 ‘드래곤 길들이기’, 감동은 그대로 하늘을 날다

드래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 속 감동은 분명히 살아 있다. 2010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히트작을 실사로 재탄생시킨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는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할 때 흔히 겪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으며 감탄을 자아낸다.

이번 리메이크는 실사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원작에 대한 따뜻한 존중과 애정을 담아 재해석된 어린이 판타지 이야기다. 원작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연출이 만족감을 선사하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마치 새로 탄생한 이야기처럼 매력을 발산한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영화는 크레시다 코웰이 2003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소년과 그의 반려 동물, 아니, 반려 드래곤 간의 우정을 그리는 이 이야기는 애초부터 강한 서사를 품고 있었다. 주인공 히컵의 친구 투슬리스는 날개 달린, 불을 뿜는, 그리고 스쿨버스만 한 크기의 드래곤이지만, 네 발 달린 사랑스러운 존재처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투슬리스는 야간의 공포라 불리는 ‘나이트 퓨리’ 종에 속한 드래곤으로, 바이킹 마을 ‘버크’ 상공을 위협하는 존재다. 이 외딴 섬에서는 드래곤과 싸우며 성장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세대를 거쳐 이어진 전쟁이 멈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가운데 등장하는 주인공 히컵 호렌더스 해덕 3세(‘더 블랙 폰’의 메이슨 타임스)는 버크의 족장이자 위대한 드래곤 사냥꾼인 스토익 더 바스트(원작 애니메이션에서도 목소리를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의 아들이다. 용맹과 복수심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이 섬에서, 연약하고 내성적인 히컵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

드래곤 사냥 훈련소에 보내진 히컵은 동료 훈련생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중에는 거침없는 전사 아스트리드 호퍼슨(탠디웨 뉴턴의 딸 니코 파커 분)도 포함되어 있으며, 히컵은 그녀에게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훈련생들이 드래곤을 제압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히컵은 투슬리스와 비밀스러운 우정을 쌓아간다. 훈련 시간 외에 숨어서 투슬리스를 찾아가 교감하며 특별한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비행 장면 속에서, 히컵은 투슬리스뿐 아니라 다른 드래곤들의 본성 또한 이해하게 된다. 알고 보니 드래곤들은 세대 간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괴물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공존 가능한 존재였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기반한 싸움이 아닌,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계 형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종 생명체 간의 관용을 다룬 보편적인 이야기이자, 세대 간의 갈등과 전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의심하고 스스로 판단하려는 태도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모든 과정을 정교하게 이끈 이는 원작과 두 편의 후속작, 그리고 ‘릴로 앤 스티치’를 공동 연출한 딘 드블루아 감독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와 함께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드래곤 훈련 교관 고버 더 벨치 역을 맡은 닉 프로스트는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진가는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가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발전해가는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감정적 몰입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의 우정이 완성되어 갈수록, 관객은 그 여정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